[인터뷰] 망고, 탱고와 살아가는 배우 이엘, "아직도 한참 배워가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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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망고, 탱고와 살아가는 배우 이엘, "아직도 한참 배워가는 중이에요"
  • 홍희선
  • 승인 2019.10.23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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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고양이요??

그냥 사랑?

아 웃기다.

그런데 그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배우 이엘/ 사진=홍희선

 

◆여백과 여백 사이, 사유하는 이엘의 아름다움

‘사과하고 싶다...’ 인터뷰 녹취를 풀며 ‘사과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한 인터뷰이는 처음이었다. 내가 왜 이랬을까. 이엘에게는 질문과 답 사이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나는 왜 그리 혼자 숨 가빴을까. 그녀에게 왜 충분한 시간을 내어주지 못했을까.

가을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는 월요일 오후 배우 이엘을 만났다. 작명사이트에서 직접 ‘이엘’이란 이름을 선택했다는 그녀의 본명은 김지현. 이엘은 자신이 주일도 지키기 힘든 날라리 신자임을 반성하며 이름만이라도 '하나님의 진한 향기‘로 불리길 원하는 마음에 배우로서 이엘이란 이름을 선택했다고 했다. 반복되어 되새기게 하는 힘의 크기를 아는 사람, 이엘이었다.

 

새벽 일찍 나가야 하는 스케줄이 아닌 이상 일어나면 가장 먼저 아이들의 밥그릇을 삶는다는 이엘에게는 고양이 망고와 탱고가 있다. 10년 전, 보호소에서 안락사가 얼마 안 남았던 망고에게 이엘은 삶의 연장이라는 기적을 선물했다. 스스로를 돌보는 삶에서 다른 생명을 책임지며 돌보는 삶으로 옮겨간 것이다.

“입양공고가 뜬 망고를 봤어요. 당시 공연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일하는 도중 계속 망고가 떠올랐어요. 안락사 시일이 얼마 안남아 하루 종일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일단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급하게 캣타워, 식기 등을 준비했어요. 망고가 처음 집에 오던 날을 잊지 못하죠. 케이지에서 나오자마자 약 1분 정도 집을 탐색을 하더니 바로 캣타워에 달린 쥐를 가지고 놀았어요. 또 제가 다리를 뻗고 앉아 있는데 등을 제 다리에 쭉 붙이고 완전히 의지해 자더라고요. 임보해 주시던 분도 놀라고 저도 놀랐어요. 첫 만남부터 어딘가 고양이 같지 않은 망고였어요.”

 

사단법인 '나비야 사랑해' 유주연 대표를 통해 이엘과 만나게 된 망고의 사연이 tvN 리틀빅 히어로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한 마리의 고양이는 또 다른 고양이를 불러온다는 헤밍웨이의 말처럼 혼자 있는 망고를 위해 이엘은 또 다시 보호소에서 동생 탱고를 데려오는 결정을 한다. 비슷한 종이면 서로 친구가 되기에 적합할거란 엄마(?)의 마음으로 선택했던 탱고를 이엘은 ‘꼴통’이라 부르며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내 마음에 쏙 드는 자식은 아니지만 미워할 수 없고, 심지어 자주 사랑스러운, 오로지 보호자만이 내 아이를 떠올리며 지을 수 있는 희노애락이 집약된 웃음 같았다.

“탱고는 정말 꼴통이라도 쓰셔도 되요. 망고를 접했던 모든 사람들이 망고의 유한 성격을 칭찬했는데 탱고는 전혀 달랐어요. 이녀석 임보처를 6-7곳을 옮겨 다니며 고생을 했더라고요. 보호자들에게도 엄청 힘든 성격이었던거죠. 망고와 탱고를 보고 ‘품종묘를 데려왔네’라고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시선까지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보호소에 품종묘가 있는 게 얼마나 고양이에게도 사람에게도 힘든 일인지 아는 분들은 알거에요. 얘들은 구조상 스스로 그루밍도 못해요. 사람손이 굉장히 필요한 종이죠. 보호소에 있으면 서로 고생인 종들에게 더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골드빛 망고와 실버빛 탱고 instagram@2l_kjh

이엘은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별함 보다 세심함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큰소리가 나지 않게 하는 것, 외부인의 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 등 아이들에게 자극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그동안 겪었던 트라우마들로부터 자연스레 회복된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친구들을 집에 거의 초대하지 않았어요. 제가 친구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지금은 익숙한 사람들만 가끔 오는 편인데 망고와 탱고는 사람을 아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서 방문자 탐색이 끝나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요.”

관심이 가는 사람에게 심하게 들이댄다는 이엘은 우연히 읽게 된 책 한권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SNS에서 작가를 찾아내 “작가님, 우리 만나요.”라고 먼저 손을 내밀어 지금은 더없이 친한 친구로 지낸다고 했다. 이엘 주연의 영화 <바람 바람 바람>처럼 마음에 이는 바람결을 자연스레 따라가는 사람. 그 바람에 향기가 있다면 고기압의 청명한 볕 냄새가 날 것 같다.

 

(사진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내부자들'(2015), 드라마 '최고의 이혼'(2018),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2019), '도깨비'(2016) 스틸 컷.

 

◆ 이엘과의 일문 일답

지금 핸드폰에 깔려 있는 반려동물 앱이 있다면요.

포인핸드요, 너무 맘이 아파서 자주 못 보는데 누구 잃어버렸다는 글이 보이면 들어가서 한 번 찾아봐요.

고양이들에게 이런 스트레스만큼은 주기 싫다, 하는 게 있나요.

아무래도 목욕을 샵에 가서 하니까 미안하죠. 망고는 제가 미용까지 할 수 있는데 탱고가 쉽지 않아요. 탱고 때문에 샵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혼자 가는 것 보다는 둘이 같이 가는 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함께 다니기 시작했어요. 전문가들이 후다닥 끝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연예인들은 동물과 살아가는 일에도 무척 관심을 받는데요, 관련되어 할 말이 있다면요.

연기자 이엘로 관심을 갖다가 동물에 대한 제 목소리를 듣고 ‘걔 좀 별나더라’ 하는 사람도 있겠죠. ‘한쪽으로 치우친 성향을 드러내는 게 네 직업에 그렇게 좋지는 않아‘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를 위해 해주는 조언인줄은 알지만 겁내거나 피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알려진 사람들의 행동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을 다 피해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생명을 존중하며 함께 잘 살아가자는 것인데, 이런 행동을 욕한다면 그들이 안타까운 사람들인 거죠.

우리나라 동물복지에 대해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그냥 지나치면 되는데 지나가는 동물을 꼭 붙잡아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거, 그게 제일 시급한 문제 같아요.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해하는 사람들의 특성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때문에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기준이 아직 너무 모호하고,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죠. 어떤 행동이 학대인지도 불분명하고, 벌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고요. 의식에 비해 제도가 못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때문에 동물권에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이 유별난 사람이 되어 반감을 사기도 하는 것 같고요. ‘사람도 살기 힘든데 너희는 동물을 챙겨?’, ‘동물 따위’가 되어버리는 거죠. 제도적으로 먼저 자리가 잡힐 필요가 있어 보여요.

고양이들과 살아가며 바뀐 삶의 가치관이 있나요.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동물은 먹어도 되고 어떤 동물은 집에서 사랑받고 살고 그런 기준은 누가 세우나.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이 지금 두 달 넘게 불타고 있는데 신기할 정도로 뉴스에 나오지 않고 있죠. 불이 난 게 아니라 아마존 우림을 불태워 산업형 농장으로 개간하려 의도적으로 불을 낸 거예요. 결국 채식이 답이더라고요. 채식한지 이제 2년 좀 넘었는데 개인적으로 참 좋아요. 촬영이 있을 때 채식을 하는 게 쉽지 않아 매니져들을 많이 괴롭혀 미안하죠. 제가 빵을 좋아해서 아직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최대한 계란과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빵을 먹으려 해요. 라떼도 너무 좋아하지만 아메리카노를 먹으려 하고요.

고기 없는 삶 시도해 봤는데 며칠 지나니 기력이 딸리는 것 같고 힘들더라고요.

초반에는 고기를 안 먹으니 진짜 에너지를 올리려고 해도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채식 탓하며 기운 없이 퍼져 있는 게 웃겼어요. 먹을 수 있는 것을 잘 먹고 움직이면 되거든요. 고기가 주를 이루는 회식자리에는 샐러드나 회를 포장해 가요. 제가 채식을 한다고 남에게 강요할 이유도 없죠. 그것 또한 폭력이니까. 다만 저의 행동이 주변에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일주일에 다섯 번 먹던 고기를 세 번만 먹는다거나 주1회 채식단을 하는 등 이런 작은 변화들이요.

 

배우 이엘/ 사진=홍희선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이엘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저는 요식업에 있었을 것 같아요. 파스타집이나 카페 같은. 하루에 메뉴 하나를 선정해 정해진 그릇 수만 파는 그런 식당이요. 채식 식당도 작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는 채소카레, 다음날은 템페(콩을 발효시켜서 만든 인도네시아 음식)를 구어 가지볶음과 같이 낸다거나 하는 거창하지 않고 단순한 디시요. 먹고 싶지만 채식당이 없어 못 먹는 사람도 꽤 많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다 해야 하는 성격이라 식당은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고양이와 살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요.

계속 고민하고 망설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고양이는 진짜 답이 없는 동물이라서 한 생명을 데리고 온다는 것 자체가 보통일이 아니에요. 저도 생각 없이 데려와서 각성하고 이제 조금씩 공부하며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나도 잘 돌보고 있지 못하다면 그 어떤 생명도 데려오면 안 된다고 봐요. 생각해보세요. 매일 똑같은 시간에 밥을 주고 약을 먹이고 털 빗어 주는 게 쉽지 않죠. 하루쯤은 늦잠도 자고 싶고, 하루 종일 늘어져 있고도 싶지만 어떨 수 없이 일어나야 하는 데 그게 준비가 안 되면 사람도 동물도 힘들어지죠. 전 좀 부정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진짜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성장하지 않는, 말도 통하지 않는 세 살 아이와 2-30년 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해주세요.

음... 저는 그냥 서로가 조금만 더 사랑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말이죠. 시야 가린다고 너무나 쉽게 나무를 베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고 쥐라고 이 도시에서, 이 땅에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겠어요. 내 눈에 거슬린다고 함부로 할 수 있는 생명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서로 되새기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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