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혜선이 전해 온 내 반려동물과의 '날이 너무 좋아서'
상태바
[인터뷰] 구혜선이 전해 온 내 반려동물과의 '날이 너무 좋아서'
  • 홍희선
  • 승인 2020.09.05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감히

사랑했다, 사랑한다, 사랑할 것이다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나의 반려동물 뿐이다.

 

- 구혜선, <나는 너의 반려동물>중

 

몇 달 전 저녁 식사자리에서 만난 구혜선은 니트 가디건에 스니커즈와 캔버스 백을 메고 너무도 편안한 차림이었다. 14kg을 감량한 그녀는 예전의 식습관을 되찾았더니 몸도 예전의 몸으로 돌아왔다 말하며 음식을 즐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가 스쳐 지나가다 이내 <부탁해요 캡틴>의 오지랖이 태평양인 보잉 747기 풋내기 부조종사 한다진의 미소가 떠올랐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그냥 구혜선'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를 환영하며 다음은 한낮의 소소한 한 줄 수다.

 

▲ 활발하지만 겁이 많은 순둥이 감자 (골든 레트리버, 9살)와 구혜선의 셀프 포트레이트.

 

Q. 안녕하세요 감독님. 이번 인터뷰만큼은 감독님으로 호칭하고 싶어요. 제가 8년 전 감독님 영화 <복숭아 나무> 포스터에 손글씨를 썼잖아요. 인연이 참 신기하네요.

- 네. 맞아요. 인연이 참 신기한 것 같아요. 덕분에 영화 제목이 더욱 빛났던 것 같아요.

 

Q. 배우 이외에도 소설가, 영화 감독, 그림을 통해 전시회를 열고 곡을 쓰세요. 어릴 적에 생각한 ‘나 구혜선’과 지금 얼마나 비슷하게 살고 있을까요.

- 원하는 대로 이루었고 또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꿈이 좀 더 추상적이고 다양했는데 커가면서 구체화 된 것 같아요. 저는 저랑 가장 잘 어울리고, 가장 친하고 그래요.

 

Q. 살이 많이 빠지셨어요. 빠졌다고 표현하기엔 원래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 많이 편안해 보이세요.

- 네. 매우 편안해요. 특별하게 빼야겠다는 생각보다 최근 몇 년 야식을 먹게 되는 등 좋지 않은 식습관이 있었는데 그게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예전의 몸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Q. 요즘 코로나로 다시 들썩이고 있는데 대학원 졸업은 하실 수 있는 건가요? 몇 달 전 식사 자리에서 뵜을 때 배움으로 인한 즐거움이 참 커 보이셨어요. ‘저 사람은 죽기 전날까지 뭔가 하고 있을 사람이다’란 생각이 들었다니까요.(웃음)

- 제가 생각해도 저는 죽기 전날까지 뭘 하다가 어쩌면 죽을 때를 놓칠지도 모르겠어요. ‘잠깐만 이거 조금만 더 하고,,, 조금만 더...더...’ 하다 죽는 걸 깜빡했다 할지도 몰라요. 아마.(웃음)

 

Q. 예전에 나와 또 다른 내 성향을 발견하게 된 게 있나요? 변화된 식성도 좋구, 어떤 것이든요.

- 제가 생각보다 단순한 사람인 것을 알아가고 있어요. 식성은 언제나 좋고요. 

 

▲ 스스로 점프해 방문을 열 정도로 머리가 좋은 쌈(8살, 쌈)과 사람에게 안겨있기를 좋아하는 망고(7살, 아비니시안)가 함께 있는 모습.

 

Q. 구혜선이라는 이름 앞에 여러 수식어들이 따라다니잖아요. 마음에 든다거나 혹은 그만 따라다녔으면 하는 수식어 있나요?

-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붙여주시는 거 뭐든 다 좋아요.

 

Q. 제가 고양이들과 살지 않았으면 이해하기 힘들었을텐데 아이들과 살기 시작하면서 본인 물건은 많이 버리셨다고 했어요. 지난 번에 신발도 딱 3켤레만 남겨 두셨다고 한 말이 충격이라 그 말을 들은 후로 신발장 열 때 마다 감독님 생각이 났어요. 평소 소탈하게 다니시는 모습도 그렇고 물욕이 없어 보이세요. 그래도 수집하게 되는 뭔가가 있나요?

- 전 물욕이 없긴해요. 수집하는 것도 없어요. 물건에 의미부여를 잘 하지 않아요.

 

Q. <나는 너의 반려동물>이란 에세이가 작년에 나왔어요. 제목의 의미를 좀 더 이야기해주신다면요? 항상 책은 몇 가지 제목을 두고 고심하게 되잖아요. 혹시 다른 경쟁 제목도 있었나요?

- 저는 제가 개, 고양이에게 길러지고 있는 느낌을 자주 받아서 제가 아이들의 반려동물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 제목을 강력히 추천했어요. 흔히 동물을 ‘키운다’라는 표현을 많이들 사용하는데 살아보니 반려동물이 인간을 돌보는 듯한 느낌도 보호자들은 받잖아요. 그 공존의 경험 후로는 ‘같이 산다’는 표현 밖에는 사용하지 못하겠더라고요.

 

Q. 개와 고양이들이 함께 사는 삶이에요. 고양이들이 개들과 살아서인지 바닥을 고집한다고 들었어요. 캣타워에 오히려 개가 올라간다고 하셨어요. 개에게서는 이런 점이, 고양이에게서는 이런 점이 나와 닮은 것 같다, 하는 성향 발견이 있을까요?

- 솔직히 저희는 누가 사람인지, 개인지, 고양이인지 잘 모르고 살아요. 구분이 필요하지 않을만큼 서로 닮아 있어요. 그중 우리 모두 바닥과 구석을 좋아하는 것이 닮았어요. 

 

▲ 망고와 골든 레트리버 감자, 자세히 봐야 보이는 순대가 여유롭게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

 

Q. 펫로스에 대한 경험에 대해 ‘내 전부를 잃은, 질식할 것만 같은 느낌’이란 표현이 먹먹했어요.

- 가끔 제가 아이들보다 더 오래 살아 다행이라고, 마지막을 지켜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아이들은 죽음이 뭔지 몰라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하고요.

 

Q. 아이들과의 여행 경험을 통해 ‘동물들은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이동하며 피곤해 하는 것 같아 익숙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지내게 해주고 싶다’라는 말이 굉장히 와 닿았어요. 사람이 늘 전지적 인간 시점에서 동물의 생각까지 함부로 읽으려는 성향이 있어요. 여행 말고 또 주의가 필요한 것들 생각나는 거 있으세요?

- 잦은 미용이요. 동물 입장에서는 정말 짜증나겠다 싶어요. 그럼에도 미용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보호자들도 있을 거예요.

 

Q. 에세이와 같은 제목의 <나는 너의 반려동물>이란 중편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영화는 어느 정도 모습이 잡혀가나요?

- 시나리오만 작업했고 구체화하지 않았어요. 내용이 슬퍼서요. 안 찍는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영감도 많이 얻고는 했는데 요즘은 안 그래요. 얘들이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뭔가 슬퍼져서 싫더라구요.

 

Q. 배우와 감독, 어느 쪽 현장이 더 잘 맞으세요? 배우로서의 모습을 저희가 다시 기다려도 될까요?

- 두 현장이 너무도 달라요. 한쪽은 이성을 사용하고 다른 한쪽은 감정을 사용해서요. 배우로 준비하고 있는데 곧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Q. 최근 읽은 책에서 ‘행복한 순간을 발견했다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온 힘을 다해 노력하라’라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이런 노력 해보신 게 있을까요?

- 저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행복을 발견하면 온 힘을 다해요. 너무도 살아있는 것 같아서. 날씨도, 계절도 가리지 않아요.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사계절을 모두 좋아하는 것도 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나라도 한국이 가장 좋구요.

 

Q. 유네스코 활동으로 아프리카에 다녀오신 후 하늘에 종이 한 장만 날려도 행복해하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대체 누가 누굴 돕겠다는건지’란 표현을 하셨던 게 제 안에 오래도록 머무르더라고요. 감독님에게 행복은 무엇이라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어떤 순간들에 행복하세요?

- 즐거움에 집중하는 순간 행복하죠. 아프리카 아이들은 즐거움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곳에서의 시간이 계속 즐거웠어요. 모든 게 전부 다요.

 

 

 

▲ 구혜선의 반려동물 감자, 순대, 군밤, 쌈, 망고, 안주. 먹는 이름으로 반려동물의 이름을 짓게 될 경우 오래 산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의 이름을 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