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양이와의 삶, 모든 면에서 힘이 되죠', 낫코 작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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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양이와의 삶, 모든 면에서 힘이 되죠', 낫코 작가를 만나다.
  • 홍희선
  • 승인 2020.07.1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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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곁에 있으면

스스로 많은 것을 깨달으며 살 수 있게 해주는 거 같아요.

편견 없이 살려고 노력하게 되고,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해주고.

무엇보다 조건 없이 나를 좋아해주는 존재가 있으니 

모든 면에서 힘을 낼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 낫코 작가의 예술가와 고양이 시리즈

 

작가님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도자 작업에 그림도 그리시고, 심지어 그림체도 다양하시잖아요. 인스타그램에 요즘 올라오는 과일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면 마치 동화작가 같은 동심까지도 느껴졌어요.

어릴 적 과학자나 선생님이 꿈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만들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지금과 같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던 거 같아요. 남편이랑 연애시작과 동시에 도자기에 발을 담그게 됐고, 좋아하게 됐어요. 그렇게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의 영향이 컸어요.

‘낫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시는데 무슨 뜻인가요?

낮잠 자는 고양이를 줄인 말입니다. ‘낮고’가 맞지만 발음상 그리고 표기상 편하게 낫코로 만들게 됐어요. 이 역시 잠자는 것과 고양이를 사랑하는 저를 보고 남편이 만들어준 닉네임입니다.

주로 고양를 형상화한 작업물들로 저희에게 친숙한데요, 고양이로 인해 내 삶이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바뀌었다기 보다는 아이들 덕에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아 올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정이 제멋대로 들쑥날쑥 하려 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갈까봐 정신 차리고 살 수 있었거든요. 저를 다스릴 수 있게 해준 참스승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고양이를 처음부터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고양이와의 첫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해주신다면요.

저의 첫 고양이는 3년 전 별이 된 나비라는 아이에요. 제가 도자기를 배우며 일했던 시골 선생님댁에 쥐잡이용으로 데려온 아이였는데 태어난지 한달 밖에 안된 아기였어요. 어릴 적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저라서 나비를 보자마자 너무 좋았죠. 하지만 제가 선생님 몰래 간식이랑 사료를 주다보니 잡으라는 쥐는 안 잡는다고 제가 엄마가 되는 걸 허락해주셨답니다. 나비는 첫 발정에 길냥이 신랑을 만나 임신을 했고 다섯아이를 낳았어요. 하지만 안타까운 사고로 네 아이를 잃었고 구사일생으로 제가 구조한 아이 하나와 함께 저희집으로 입양이 되었답니다. 그 아이가 지금 저희집 최고령 형님이신 금강이(16살)예요.^^ 첫 고양이다 보니 지금 생각하면 서툴렀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여서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눈물)

 

▲ 낫코 작가의 첫 고양이 '나비'는 용그림이 그려진 항아리 안에서 새끼 '금강이'를 길렀다. '밥먹자'는 말에 얼굴을 쏙 내민 '나비'는 14살의 나이로 3년 전 고양이별로 떠났다.

작품의 영감은 역시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받으시나요.

네, 맞아요.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얘네는 도대체 뭐지’라는 의문이 마구 들기 시작했어요. 고양이라는 단어도 생소해지고... 마치 게슈탈트 붕괴처럼 머리가 엄청 혼란스럽더라구요. 인간도 아이지만 그렇다고 고양이라고 단정 짓기엔 뭔가 다른 깊은 차원의 생명체 같은... 그렇게 해서 단발머리를 한 고양이들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람처럼 옷도 입히고, 계절 따라 수영복이랑 스웨터도 입히고. 아이들과 나 사이에 동물과 인간이라는 선을 긋기엔 우린 너무 고차원적 관계다란 생각이 들어서 그 당시 제 헤어스타일인 단발과 천둥이라는 아이의 얼굴을 조합해서 도자작업을 했답니다.

작품을 통해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요.

제가 하는 도자기 작업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썩지 않는 아주 강력한 쓰레기를 창출하는 일이기도 해요. 그런 면에서 고민이 있었어요. 만들어낸 것이 전부 판매가 되는 것이 아니고 제 기준에서 자격미달이라 생각되는 것들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는데, 몇 년 전에 도자기 취미반 수강생중 한분이 카페를 개업하시면서 그런 도자기를 카페 벽면에 타일처럼 쓰고 싶다고 하셔서 드린 적이 있었죠. 제 맘에 안들어 드리기 싫다고 했는데 너무 이뿌다며 좋다고 조르셔서 드렸는데 나중에 까페에 가서 꾸며놓으신걸 보고 감탄했답니다. 버림 받을 뻔 했던 도자기를 감각적으로 사용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제주도에 지인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개업하시면서 대형도자간판을 의뢰하셨는데 혼자 하기엔 버거운 작업이라 능력 있는 동생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제주까지 가지고 내려가 설치를 하는 순간 가슴 벅찬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멋있어지는 간판이라 1년에 한두 번씩 내려가 인증샷을 찍고는 했던 추억이 있어요.

 

▲ 도자 간판이 멋스런 제주도에 위치한 파스타 포르체타

 

고양이와 살며 그동안 내가 발견한 ‘고양이의 비범한 능력’ 같은 게 있나요?

제가 고양이와 살기 전에는 가위에 자주 눌렸어요. 그 경험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르죠. 신기하게도 나비와 금강이 은강이랑 살게 되면서 지금까지 가위는 눌리지 않고 있어요. 고양이들이 막아주는 것 같아요. 저는 귀신의 존재를 믿어서 두려움이 늘 있었어요. 어릴 적부터 외우던 주문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 주문도 안 외우고 있더라구요. 그게 고양이들과 살게 된 이후인거 같아요. 그리고 고양이들은 무엇보다 시력이 월등한 탓에 벌레들을 잘 캐치하잖아요. 아이들의 시선이 한곳에 머무른다 싶음 어김없이 그곳에 모기나 날벌레들이 있거든요. 아~주 칭찬해 주고 싶어요!!^^

현재 열두 고양이를 반려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고양이 가족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요?

저희 집 아이들은 모두 길에서 살았거나 태어났어요. 길고양이 밥을 주다보니 자연스레 발견 되서 구조한 애들이 대부분이에요. 어미가 돌보지 않은 젖먹이들이 많았는데 잘 키워 입양을 보낼려고 했지만 그게 잘 안됐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족이 된 아이들도 있고 구조하는 순간 내 아이라는 느낌이 든 녀석도 있어요. 누군지는 비밀입니다.^^ 저희 집에서 편애는 금지거든요. 맘속으로만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금방 알아차려요. 토라지면 길게 가요.(웃음) 근데 신비롭게도 저희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꼭 예지몽 같은 걸 꿨어요. 뚜렷하게 기억나는 건 산이(현재 12살)를 만났을 때 꾸었던 꿈이네요!

 

동물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스스로 많은 것을 깨달으며 살 수 있게 해주는 거 같아요. 편견 없이 살려고 노력하게 되고,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해주고. 무엇보다 조건 없이 나를 좋아해주는 존재가 있으니깐 모든 면에서 힘이 되고, 힘을 낼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작업 중 고양이가 말없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을 때 참 다정한 감시자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멈춰진 사진 속에선 다정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은 못 말리는 프로방해꾼들이죠.(웃음) 고양이 보호자분들께서 너무 감성적인 멘트를 달아주시는 것 같아요. ‘엄빠(엄마와 아빠의 줄임말)’들의 소망 같은 거겠죠?

물감 씻은 물을 너무 좋아해서 먹을려는 걸 막느라 한번 작업 시작하면 전쟁이나 다름없어요. 털 달린 붓도 좋은 장난감이죠. 패브릭 작업 할 때 돌돌이는 기본으로 옆에 두고 털을 제거해가며 작업해야 하구요. 한번은 지인의 아이 초상화를 그리는데 결과물이 영 맘에 안들더라구요. 다시 그려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애들 중 한 놈이 와서 그림을 북북 찢어주고 갔어요. 그러고 보면 아주 명쾌한 해결사 역할도 해주네요.(웃음)

▲ 낫코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법 '냥아치'라는 말이 어울리는 고양이들의 모습.

몇 해 전 작가님의 고양이 마그네틱 화병을 구입했었어요. 제가 실리콘을 녹여 벽 여기저기에 무언가 붙이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화병을 벽과 냉장고등 여기저기 붙일 수 있다는 개념이 새로웠죠.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세요?

집이나 작업실에 소소하게 꽃을 꽂아두는걸 좋아해요. 요즘에는 꽃가게가 흔하잖아요. 특별한 날 선물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요. 한 송이씩 꽂을 수 있는 화병을 구상했고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접목시켰는데 작고 길다랗게 만들다보니 세워두기엔 좀 불안한 면이 있어서 벽에 걸고 붙일 수 있게 만들었답니다. 고양이와 사는 집은 남아나는 꽃병이 없기도 하잖아요. 고양이 건강에 해로운 식물들도 꽤 있고요. 고양이화기를 만들 때 모토가 ‘사치가 아닌 일상의 꽃’이었어요.^^

도자 관련 수업도 하고 계신데요, 특별이 ‘이런 사람들에게 좋은 수업이다’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반죽을 만질 때 질감이라던가, 마치 요리하는 느낌도 들 것 같고요.

수년간 취미반을 진행하면서 들은 이야기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머릿속이 맑아지며 아무생각이 들지 않아 좋다’였어요. 그만큼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죠. 머리가 복잡할 때 흙작업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들 하셨어요. 그리고 직접 만든 기물들을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쾌감도 있죠.

무엇보다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넘쳐나는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결과물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니라 머릿속의 생각들을 가변성 높은 흙으로 표현해 내다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어느 순간 아이들 얼굴이 밝아지는 걸 볼 수 있어요. 저는 흙과 자연물들로 스토리 있는 흙놀이를 해 왔는데, 재료와 주제만 던져주고 마음껏 표현해보라고 하면 말도 안 되게 감탄스런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곤 했어요. 체력적으로 아이들 수업이 힘이 들긴 하지만 보람도 큰 수업이에요. 구워져 나오는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특별한 스킬 없이 원하는 대로 마구 만들면서 놀 수 있죠.

보호자의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옆에 함께 있는 사람도 모르는 ‘정서적 상태’에 대한 감지를 고양이들은 느낀다고 설명하는 수의사들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의해요. 반려인이 슬퍼서 울면 개들은 와서 눈물도 핥아주고 위로도 해준다잖아요. 보호자의 감정이 분명히 아이들 정서에 영향을 준다고 믿기 때문에 아이들 보는 앞에서는 감정 조절을 하려 굉장히 노력해요. 저희 얘들은 대부분 시크하지만 속상해서 울고 있으면 먼저 다가와 머리를 들이미는 녀석도 있답니다. 반면 너는 울어라, 아예 나몰라라 고개 돌리는 녀석도 있고요. 이러나 저러나 제 감정이 아이들과 공유된단 생각에 부정적인 말조차도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아... 그리고 저는 굉장한 애주가였는데 술에 취한 모습 고양이들에게 보여주기 싫어 15년 전부터 거의 금주 상태랍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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