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물은 자기 감정에 솔직해서 좋아요', 뮤지컬배우 기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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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물은 자기 감정에 솔직해서 좋아요', 뮤지컬배우 기세중
  • 홍희선
  • 승인 2020.04.17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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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속이는 것 없이 자기감정에 솔직해서 좋아요.

 

▲ 뮤지컬 배우 기세중

 

 나른하게 벚꽃이 흐드러진 한낮의 봄.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뮤지컬 배우 기세중을 만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만남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많은 자리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는 요즘, 서면 인터뷰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듯 달려 나온 기세중은 관객 없는 배우가 있을 수 없듯 만남이 주는 소통의 중요함을 아는 배우였다.

2019년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를 시작으로, <그리스>, <보도지침>, <알 앤 제이>, <환상동화>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뮤지컬 배우 기세중은 작품을 통해 사회 문제를 직시하는 자신의 내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강인하고 또렷해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고양이 앞에서는 ‘동네울보삼촌‘이라 말하고 싶다. 뮤지컬 연습 중에 눈물샘이 터진 적이 있단다. 바로 귀신을 보는 유품정리사로 출연했던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의 연습실에서였는데, 죽은 할아버지 영이 떠나며 '난 간다. 화분에 물 좀 주고, 여기 길고양이도 자주 오는데 사료도 좀 채워주고 가'라는 장면에서 돌보던 길고양이가 자동차 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난 사건이 생각나 울음보가 터진 것이다.

 

▲ (왼쪽부터) 뮤지컬 나폴레옹, 보도지침, 환상동화 이미지컷  

 

반려중인 두 고양이 ‘마초’와 ‘쫄보’를 향해 ‘자식 같은 아이들’이라 표현하는 기세중은 마치 예비 아빠처럼 공부하기를 멈추지 않는 반려인이었다. 몇 년 전 인터뷰에서 독일의 티어하임과 같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꿈꾼다고 이야기 했지만 지금은 현실적인 시각으로 ‘오피스텔’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런 사람들이 모이다보면 우리나라도 티어하임 같은 곳이 생기지 않을까요,라 말했다. 다음은 <라이프위드캣>과 가진 기세중 배우와의 일문일답.

 

본인 소개를 직접 해준다면.

3살 된 고양이 ‘마초’, ‘쫄보’ 형제와 살고 있는 고양이 집사이자 7년차 뮤지컬배우 기세중이라고 한다. 마초, 쫄보와 관련된 인터뷰는 처음이라 긴장된다.

<팬텀싱어>로 많이 알려지게 됐는데 배우의 꿈은 언제부터 갖게 됐나.

배우라는 직업 자체를 대학 가려고 시작했다. 공부에 취미가 없어 대학을 갈까말까 고민하던 중 TV를 보다 연극영화과란 곳을 알게 되어 준비했다.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 부모님 반대도 심했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는 성격이라 재수를 해서 경희대 연극영화과를 갔다. 입학 후 과내 위계질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 고양이들의 표정만으로도 누가 '마초'이고 누가 '쫄보'인지 알 수 있다.

 

솔직히 SNS에서 마초와 쫄보 사진을 보며 혼자 비명을 많이 질렀다. 아이들과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아는 사진 작가분이 퇴근을 하는데 길고양이 한 마리가 슥 들어오더니 며칠 후 새끼 3마리를 낳았다고 사진을 올리셨다. 마침 독립도 했던 차였다. 작가님이 새끼 두 마리를 입양 보낼 예정이란 글을 올리셔 고민 없이 데리고 오게 됐다. 마초가 첫째, 쫄보가 셋째다.

‘한 마리의 고양이는 또 다른 고양이를 데려온다’는 말이 있는데 처음부터 형제를 동시에 데려왔다. 고민은 없었는지.

활발한 다른 형제들에 비해 셋째 쫄보가 이름 그대로 성격이 쫄보였다. 체구도 가장 빈약했고 처음에 나를 보고 몸을 숨겼다. 어차피 용품은 다 필요한데 고양이 한 마리나 두 마리나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혼자 있는 것보다 둘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둘이 워낙 잘 놀아서 함께 데려오길 잘한 것 같다.

반려동물을 들이는데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독립한 후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가족의 의견은 크게 상관없었다. 물론 부모님의 찬성은 없었다. 아버지가 동물을 안 좋아하신다. 어릴 적 함께 살던 강아지가 다른 곳에 입양 갔을 정도로. 하지만 가족들과 살 때도 몇 번의 임보를 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진 않으셨다.

SNS사진 속 쇼파에 털 하나 보이지 않더라. 스스로 깔끔한 성격이라 생각하는가.

엄청 더럽다.(웃음) 쇼파 소재가 털이 잘 묻지 않는 아쿠아 텍스 소재다. 아이들 발톱에도 상처 나지 않고 털 자체가 박히지 않는 청소하기 쉬운 소재다.

가구 구입할 때 일일이 따지고 구입하는 건가.

아무래도 아이들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비싼 가죽 쇼파가 다 뜯겨나가면 가슴 아플테니까.

집을 오랜 시간 비우게 될 때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는지.

그래서 여행도 한 번도 안 갔다. 고양이들과 살게 된 후 집을 오래 비운 적이 한 번도 없다. 물론 연이은 공연으로 여행갈 시간도 없었지만. 아직 홈카메라도 없다.

 

▲ 3살된 마초와 쫄보 

 

아이들이 크게 아팠던 적이 있었다면.

쫄보가 방광염으로 2-3주 동안 강제배뇨와 약 복용 등 고생을 했다. 사실 그때 1미터 가까이 되는 장난감 끈이 사라져 그걸 삼킨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고 병원에 갔는데 방광염을 알게 된 거다. 끈을 삼켰을 경우 장협착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걱정이 컸는데 다행이었다.

아이들 용품은 주로 어디서 구입하는지. 펫박람회도 가봤나.

가보고 싶었는데 매일이 공연이라 아직 못 가봤다. 여기저기서 산다. 모래나 사료는 주로 반려동물 배달앱 펫프랜즈 이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고양이들에게는 늘 무언가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아기고양이의 겁 없는 행동이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 모습 등, 혹시 그런 경험이나 상황이 있었다면.

동물은 일단 본능적이어서 좋은 것 같다. 배고프면 밥 달라 울고 속이는 것 없이 자기감정에 철저히 솔직한 거. 물론 이제 고양이들도 귀찮으면 불러도 자는 척 한다는 것은 안다.(웃음)

요즘도 길고양이 밥을 주는지

독립 전에는 아파트 안에 챙겨주던 장소가 있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이미 밥을 챙겨 주고계신 분들이 있어 고양이들을 만나면 간식만 주는 정도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공원에서 쉬고 있는데 사람 손 탄 듯한 고양이가 내게 먼저 다가왔다. 그런데 허피스 등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여 인근에 동물병원에 데리고 간 후 치료해주며 시작됐다. 아이들에게 밥을 주면 그냥 내 기분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그 고양이가 2년 후 차 사고로 죽게 됐다. 공연 연습중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세중씨가 데려왔던 고양이가 사고로 죽어서 병원에 왔다고... 제대로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이 그냥 오가다 아침 저녁으로 얼굴 보던 아이었는데 참 신기했다. 그 아이가 그렇게 되고 나서 생각보다 정신적 타격이 컸다. 나 말고 그 아이를 케어 하던 암묵적으로 알고 있던 이웃 집이 있었는데 동물병원에서 그날 만나게 돼 같이 장례를 치러줬다.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관련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뀌었으면 하는 불만이 있다면.

얼마 전 본 다큐멘터리에서는 다들 개인적인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꽤나 전문적인 장비들을 대동해 동물보호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봤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개인의 시간을 할애해 개선시키고 있어 불만보다는 아쉬움 정도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절대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싸우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나 역시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다 할아버지 한 분과 싸운 적이 있다. 감정적으로 나가면 좋은 게 없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됐다. 백 명 중 단 한명이라도 인식이 바뀌면 좋은데 감정적으로 하면 백 명 중 한명도 안 바뀌게 될 테니.

 

▲ 고양이들이 과체중은 아닐까 걱정했던 기세중은 수의사 선생님으로부 골격이 원래 큰 고양이일 뿐 과체중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자 비로소 안심하는 아빠 같았다.

 

독일의 티어하임(Tierheim Berlin)과 같은 안락사 없는 동물복지센터를 세우는 꿈도 갖고 있는 걸로 안다. 유효한지.

요즘은 오피스텔에서 유기된 아이들을 케어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이런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티어하임 같은 곳도 한국에 생길 수 있지 않을까.

동료들 중에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사들 있나.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고양이와 사는 동료들과는 정보를 공유한다던지 좀 더 대화가 생긴다. 무엇보다 각자 휴대폰 속 아이들 사진 자랑이 대단하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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