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어느 날 우리 집 고양이가 위험에 빠질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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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어느 날 우리 집 고양이가 위험에 빠질 확률
  • 홍희선
  • 승인 2020.01.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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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반려동물과의 삶을 예측할 수 없다.

 

설 명절을 앞둔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캐리어에 짐을 챙기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의 순서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기간 동안 고양이들을 동네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했는데, 친구는 고양이와 살아본 적이 없는, 일명 ‘집사’ 출신이 아니었기에 세심한 설명이 필요했다. 나는 각종 서랍과 문 앞에 ‘문 닫기 전에 냥이 발 끼지 않았는지 주의 요망’이라 붙였고, 침대 쪽에는 ‘가끔 이불 안에 고양이가 잠복해 있는 경우가 있으니 온 몸을 던져 점프하지 말 것’이라고, 주방 앞에는 ‘라면 스프를 비롯 각종 소스와 향신료 흘리지 않게 주의 요망. 고양이가 그루밍을 통해 먹게 될 수 있음’이라고, 창문 앞에는 슬프게도 ‘방충망 열지 말 것!! 깜빡 잊고 닫지 않아서 고양이 추락 사망한 사례 있음!’이라 강조해 써 붙였다.

 

 고양이와 산지 7년. 초보집사로서 여러 일들이 있었다. 워낙 걱정이 많은 탓에 남들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가고 있다 자부했건만 일은 늘 뜻밖의 한 순간에 터지곤 했다. 예를 들어 가스레인지 인덕션의 벨브를 고양이가 혹시라도 건드릴까봐 매번 테이프로 고정시키거나 아예 코드를 빼고 외출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요리 중 뜨거운 냄비를 내린 바로 직후 열기가 채 가시지도 않는 인덕션 위로 고양이가 점프해 올라가는 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보호자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더 위험 할 수도 있다는 첫 체험이었다. 나는 고양이의 습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텍스트로만 배웠을 뿐. 그날 몸으로 체감한 고통의 기억이 얼마나 크게 되새겨 졌는지 우리 집 고양이는 더이상 인덕션 근처에 다가오지 않는다. 또 한 번은 외출해 돌아왔는데 싱크대에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고, 또 한 번은 고양이가 화장실 안에 있는 줄도 모르고 문을 닫고 외출해 돌아오니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얼마 전 주변의 집사들로부터 크게 두 가지 사건을 듣게 됐다. 첫 번째 사건은 고양이가 드럼 세탁기의 열린 문틈 사이에 다리가 끼어 발버둥을 치다 세제를 건드려 온몸에 액체 세제가 쏟아졌다는 것. 안타깝게도 화학성분 가득한 세제가 고양이의 눈에 가득 차 고양이는 각막이식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부러진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두 눈을 감고 애옹거리는 동영상 속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나는 가슴에서 뜨거운 물이 쓸려가듯 얼마간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어야만 했다.

또 다른 사건은 ‘약 12시간 넘게 외출 해 집에 돌아와 보니 가스불이 약하게 켜져 있더라‘는 주변 지인의 이야기였다. 지인에게는 두 마리의 장모 고양이가 있었다. ’보호자가 없는 가스불이 켜진 집‘에서 고양이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정말 하늘이 도운 일이었다. 나는 안도감과 함께 집사로서 주의력이 부족한 것에 대한 약간의 화가 일순간 치솟았다. 하지만 그럼 뭐할까. 그 모습은 내일의 내 모습일 수 있는데. 늘 망각하고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일 뿐인데.

 이야기는 상상을 뛰어 넘어 고양이가 있는 줄 모르고 세탁기를 돌렸다는 집사도 있고(고양이들은 던져 둔 빨래 더미 위에서 잠자기를 늘 좋아한다. 보호자의 체취가 진하게 베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호자가 없는 사이 우다다다 놀이 중 깨뜨린 화병의 유리조각을 밟고 핏자국이 가득한 거실에서 만난 고양이를 들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증언하는 집사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반려동물들에게는 ‘온갖 사건’이 일어나는 중임에는 틀림없다.

어느 날 방학숙제를 하는 조카의 불조심 화재예방 문구를 찾다 무릎을 내리쳤다. 화재예방 문구에 고양이를 적절히 배치했을 때, 모두 우리 집사들에게 필요한 문구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년 있는 고양이 사고, 알고 보면 집사의 작은 소홀

이미 아픈 경험을 치룬 고양이 집사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누구도 반려동물과의 삶을 예측할 수 없다. 조심하고 또 주의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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